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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화/시 소설 책

쓸쓸함 시 모음 쓸쓸함에 관한 시

by 섯거라.2 2019. 9. 3.

목차

    쓸쓸함 시 모음 쓸쓸함에 관한 시

    
    중년의 가슴에 쓸쓸함이 찾아오면 -이채
    
    가끔 지나온 뒷모습을 바라보면
    저녁에 만나는 바람은 영 쓸쓸하고
    해지는 언덕의 새는
    늘 어디론가 떠나는데
    다시 찾아온 노을 한 자락 물들이는
    어제, 그 수많은 어제들
    
    돌아갈 수만 있다면
    정말로 그럴 수만 있다면
    다시 저 산을 넘는데도
    이제는 울지 않겠노라고
    정말로 그럴 수 없음이라
    공연히 핀 꽃이 저녁 하늘만 물들이네
    
    이젠 바람도 낮게 불리라
    그러면 좀 더 가벼워지리라
    꽃들에게도 가끔은 할 말이 없어지고
    새들에게도 말을 건네지 못할 때면
    가랑잎 하나에도 무엇이 내려앉아
    밤 깊도록 낙엽만 숭숭한 가슴이네
    
    꽃도 지고 나면, 피는 일 또한
    그리움이더라
    외로움이더라
    그렇게 아픈 것이더라
    중년에 쓸쓸함이 찾아오면
    사는 것 또한 허무하기 짝이 없더라.

    사는 법-나태주
    
    
   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
   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
    
    그리고 남은 날은
   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
    쓸쓸한 날의 연가-고정희
    
    
    내 흉곽에 외로움의 지도 한장
    그려지는 날이면
   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
   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지를 쓰네
    갈비뼈에 철썩이는 외로움으로는
    그대 간절하다 새벽편지를 쓰고
    간에 들고나는 외로움으로는
    아직 그대 기다린다 저녁편지를 쓰네
    때론 비유법으로 혹은 직설법으로
    그대 사랑해 꽃도장을 찍은 뒤
   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부치네
   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소리 편에
    바람 부는 날은 바람 부는 소리 편에
    아침에 부치고
    저녁에 부치네
    아아 그때마다 누가 보냈을까
    이 세상 지나가는 기차표 한 장
   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네

    이 넉넉한 쓸쓸함- 이병률
    
   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
   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
   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
    
    무심함을
    단순함을
   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
    
   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
   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
   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
    
    과연 우리는 정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
   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
   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
   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
    
    닳고 해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
    발이 발을 뒤틀어버리는 순간까지
    우리는 그것으로 살자
    
    밤새도록 몸에서 운이 다 빠져나가도록
    저는 일에 육체를 잠시 맡겨두더라도
    우리 매일 꽃이 필 때처럼 호된 아침을 맞자

    쓸쓸함- 용혜원-
    
    누가
    자정이 지난 시간에
    어둠을 밝히고 있는
    가로등 보다
    더 쓸쓸할 수 있을까
    그 쓸쓸함에 대하여- 정호승
    
    당신은 사랑은 기억하지 못해도
    분노는 기억하게 될 것이다
    당신은 기도는 기억하지 못해도
    증오는 기억하게 될 것이다
    
    오늘도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
    비 갠 뒤에는 맑은 하늘이 더욱 쓸쓸하다
    당신의 고백소는 어디에 있는지
    나의 고백소는 당신 안에 있는데
    간밤에 쥐가 내 심장을 다 갉아먹어
    나는 당신에게 가는 길을 가지 못한다
    
    그동안 나는 길을 걸을 때마다
    구두를 두켤레씩 신고 길을 걸었다
    길을 가다가 밥을 먹을 때마다
    하루에 열끼니를 먹고도 배가 고팠다
    꽃이 필 때마다 꽃이 돈인 줄 알고
    민들레를 뿌리채 뽑아 들었다
    
    오늘도 당신의 고백소를 끝내 찾지 못하고
    영원히 날이 저문다
    이제는 이별의 순간에게 순종해야 할 시간
    땅이 없어도 피는 꽃과
    하늘이 없어도 빛나는 별을 바라보지 못하고
    내가 쓸쓸히 사라져야 할 시간
    그리움 그 쓸쓸함에 대하여-김갑천
    
    이제 너를 향한
    오랜 비행을 쉬고 싶다
    
    허공만을 맴도는
    나의 날개짓을 이제는
    끝내고 싶다.
    쓸쓸한 세상-도종환
    
    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핍니다
    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서 새들이 날립니다
    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
    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
    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
    산다는 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
    파도는 그치지 않고 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
    천 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
    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글 한 줄을 씁니다
    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
    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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